우리 가족 타임 캡슐 만들기

옹아리닷컴 0 46567
아이 돌반지-내 일기장-남편 월급봉투… 30년 뒤에 꺼내 본다면
빛바랜 옛 사진이 주는 감동을 기억하시는가.
갓난아기 때 입었던 배냇저고리를 대학생이 되어 들여다보는 것은 시간의 구체성에 대한 잊지 못할 경험이다.
이제 새 천년을 맞는 의식(의식)으로, 나만의, 또는 우리 가족의, ‘타임 캡슐’을 만드는 집들이 적잖다.
종이 기저귀 회사는 대량 포장 상품에 플래스틱 ‘타임 캡슐’을 끼워주고 있으며, 각종 이벤트에서도 알루미늄 통, 플라스틱 상자 등 갖가지 ‘타임 캡슐’을 내놓고 있다.
“벌레가 안먹는다는 오동나무 상자에 자기에게 의미있는 물건 10개씩 넣기로 했어요.
” 초등학생 남매를 둔 맞벌이 부부 김연식-황애령씨(성남시 분당구 효자촌 삼환아파트).
두 아이 배냇저고리는 물론, 어릴 때 갖고 논 딸랑이, 돌반지,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 그림일기장 1권씩, 가장 아끼는 장난감 중 하나씩을 챙겼다.
김씨는 갑근세 과세 증명, 의료보험 카드, 회사에서 받은 사령장과 아내와 주고 받은 연애 편지를, 황씨는 월급 명세서, 99년도 가계부, 가족 사진, 가족 건강진단결과서, 좋아하는 시집 한권을 넣었다.
타임 캡슐의 의미는 개인사와 생활사를 역사의 한 장면으로 붙박는 다는 데 있다.
피라미드, 사해 사본(유대의 두루마리 성서), 폼페이 유적과 부장품이 든 수많은 무덤이 타임 캡슐의 원형이다.
개인 타임 캡슐 열풍은 미국도 대단하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밀레니엄 캡슐’ 특집 기사까지 실었다.
“먼저 개념을 정하고(누구를 위해, 무엇을 보여줄지 등) 다음 보관 물품을 선정한다.
그 다음은 캡슐의 재질을 뭘로 할지 정하고 어디에 묻을지, 혹은 넣어둘지 결정하라”는 것이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타임 캡슐 제작 기초다.
1939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는 서기 70세기(6900년)에 개봉하라는 타임 캡슐을 묻었지만, 일반 가정에서야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대개 당대에 뜯어보도록 길어야 20~30년을 정한다.
자녀와 부모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 넣은 뒤 나중에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보존성.
공기가 들어가면 색깔이 변하고 부서지게 된다.
진짜 타임 캡슐은 진공 처리를 하거나 아르곤 가스를 주입, 산화를 막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어려운 일.
방습제와 좀약을 넣어두는 것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포장 후 공기를 빼낼 수 있는 비닐커버(이불싸개 등)에 물건을 넣고 공기를 뺀 뒤 다시 상자에 넣는 방법도 있다.


/박선이기자,[조선일보] 1999-12-29 (생활/여성) 기획.연재 37면 45판 1193자, sunnyp@chosun.com
0 Comments
제목